1980년 5월, 광주에서 벌어진 일을 세상에 처음 알린 사람은 정치인도 군인도 아니었습니다. 밀린 월세를 걱정하던 택시기사 한 명이었습니다. 영화 택시운전사를 보면서 제가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나라면 저 상황에서 차를 돌렸을까"였습니다. 솔직히 자신이 없었습니다. 평범한 가장이 역사의 한복판에 선 이유 김만섭은 처음부터 영웅이 아니었습니다. 아내와 어린 딸을 홀로 책임지며, 하루라도 더 많은 손님을 태워야 월세를 낼 수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가 광주까지의 운임으로 거액을 제시했을 때 그가 응한 이유는 단 하나, 돈이었습니다.이 부분이 제가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지점입니다. 처음부터 정의감이 넘치는 인물이었다면 오히려 덜 와닿았을 겁니다. 생활고에 시달리는 평범한 ..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2019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작품상을 동시에 거머쥔 작품입니다.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 저는 전반부의 경쾌한 분위기에 완전히 속았습니다. 단순한 사기극인 줄 알았는데, 지하실이 열리는 순간 전혀 다른 영화가 시작됐습니다. 계층 구조: 지하에서 지상으로 올라가려 한 사람들 기생충에서 저를 가장 먼저 사로잡은 건 공간 설계였습니다. 기택 가족이 사는 반지하, 박 사장의 지상 저택, 그리고 아무도 몰랐던 지하 벙커. 이 세 공간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수직적 계층 구조(vertical class structure)를 그대로 시각화한 장치입니다. 여기서 수직적 계층 구조란 사회 구성원이 경제적 자원이나 사회적 지위에 따라 위아래로 층층이 나뉘는 방식을 뜻합니다. 영화는 이..
영화 변호인은 1980년대 초 부산을 배경으로, 가난한 환경에서 어렵게 공부해 변호사가 된 송우석의 이야기를 그린다. 송우석은 대학을 나오지 못했지만 오랜 노력 끝에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변호사가 된다. 처음부터 거창한 사명감을 가지고 변호사가 된 것은 아니었다. 돈도 없고 학벌도 없었던 그는 다른 변호사들이 잘 맡지 않는 부동산 등기나 세금 관련 일을 하면서 조금씩 돈을 벌기 시작한다. 그렇게 그는 자신의 능력으로 가족을 먹여 살리고 성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살아간다. 어느 날 우석은 예전에 자주 들르던 국밥집을 다시 찾는다. 그곳에서 주인아주머니 순애와 그의 아들 진우를 만나게 된다. 진우는 우석이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평범한 학생이었다. 우석에게 진우는 특별할 것 없는 착하고 성실한 ..